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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4 시간이 많이 지나도 그다지 변하지 않은 골동품 영웅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영화 속 영웅을 든다면
존웨인이 연기한 서부극 영웅들, 정의의 미국을 지키려는 미국의 영웅들 그리고 슈퍼맨. 헐리우드에서 생산된 영화들을 주로 접하고 학교에서나 티뷔에서나 악의 제국 소련공산당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미국에 대한 찬양을 항시 듣다보니 결국에는 머리속에 저런 영웅들만 남았죠...
나이를 먹고 보고 듣는 것이 많아지면서 영웅상도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영웅이라는 것에 시큰둥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삐딱한 시선도 갖고 있는 정도가
됐습니다만....
지금도 압도적으로 많은 헐리우드 영화를 주로 봅니다만 삐딱해진 시각은 영웅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합니다. '뭐 저래.' '웃기네..' '미친 X' '피식...' 등등을 연발하면서 주인공을 씹곤하죠.. ^^

그래도 가끔 괜찮은 영화들이 나와서 나름대로 많은 위안을 줍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본 울티메이텀'의 제이슨 본은 영웅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정말 그 고뇌가 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멋진 주인공이었죠. 그럼 이번에 언급하는 영화 '다이하드 4.0'의 20년된 주인공 존 멕클레인은? 일단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20년전에 첫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빠지지 않고 계속 봐왔지만 어딘지 허술해 보였던 2탄과 정말 생고생했지만 느슨해 보이는 이야기덕에 실망감을 주었던 3탄 이후 15년만에 나온 네번째 시리즈는 그 이야기의 탄탄함이 첫시리즈에 비견될정도로 좋았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머리가 빠지다 못해 아예 빡빡머리로 나온 존 멕클레인(브루스 윌리스)는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몸고생을 생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성격마져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일때문에 이혼당하고 이제는 성장해버린 딸레미가 면박을 줘는 상황에서도 직업의식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몸으로 보여줍니다. 자칫하면 죽을 상황에서도 경찰의 임무를 마치기위해 뛰어드는 것을 서슴치 않습니다. 어쩌다 사건에 끼어든 애송이 해커 매튜의 입을 통해서 '당신이 진정한 영웅이다.'라고 영화는 선언을 하지요.

삐딱해진 시각으로 변해버린 제 눈에는 이런 것들이 상당히 뜨악하게 여겨져야 할텐데 이상하게 존의 그 생몸고생이 아쉽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도 변해 이제는 총하나 달랑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해결하던 존도 애송이 해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고 컴퓨터에 무지에 조롱을 당하지만 (악당이 자신의 딸의 안전을 컴퓨터의 영상으로 위협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를 가리며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편에 지시를 하는데 악당曰 가리려면 마이크를 가려야지 카메라를 가린다고 내가 못들을 줄 아느냐.. 라고 놀림을 당하는 장면은 웃음이 정말 나더군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건 첨단장비로 무장된 FBI도 아니고 국가시스템을 해킹하던 해커도 아니고 죽도록 고생한 존이었다는 것은 개연성 여부를 떠나서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죠. 브루스 아저씨도 이제는 중년을 넘어 노년에 다가가는 나이가 되었고 1탄을 보면서 감탄하던 어린 청년은 이제 중년이 되었습니다. 세상도 변했고 영화도 변해가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는 골동품 영웅을 보는 것은 재미 이상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헤이! 존.. 다음에는 어떤 생고생을 보여줄래요?

Posted by 꿈꾸는 아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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