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패니매이션에 빠져 산 적이 있다. 어렸을때부터 좋아했던 만화영화를 커서도 좋아하니 어머니가 다 큰녀석이 만화영화나 본다고 뭐라할 정도였다.
내가 자랄때나 지금이나 티뷔에서 하는 만화영화 리스트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일본 만화영화 즉, 제패니매이션이다. 대신 내가 보던 것들은 거의가 티뷔 시리즈였고 그 것도 상당수가 이른바 명작들을 각색한 것들이 많았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찾아 삼만리' 등등..
그런데 80년초에 엄청난 충격과 재미를 안겨준 것이 방영됐는데 바로 '미래소년 코난'이다. 이 만화영화를 보기위해 중학생이었던 나는 자율학습이라고 부른 것들도 팽개치고 집으로 달려오곤 했다. 그 때 느낀 것은 그림체가 앞서 말한 명작동화들의 것들과 많이 유사하다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작가가 같은 사람(명작동화들에서는 감독이 아니라 주요스태프)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대학에 들어간 후 그리고 군에서 제대한 90년대초에는 그전에는 거의 어려웠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조금씩 구해 볼 수 있었는데 그 당시 하야오의 작품들을 열심히 찾아 봤다. 문제는 자막이 없어서 그냥 그림만 볼 수 밖에 없었는데 희안한 것은 그 그림만으로 보는 영화에서 감동을 느꼈고 주인공들이 말하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론이 무진장 길었다. 오늘의 글은 하야오에 대해서 쓰는 것은 아니고 '은발의 아기토'라고 하는 2006년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한 것이다. 바로 이 것이다.

최근에 영화는 물론이고 좋아하던 애니메이션도 그다지 볼 시간이 없었고 최근 몇년새 많은 작품들이 나왔지만 보지 못했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봤던게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이 아닐까 할 정도로 오랬동안 떨어져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시간이 좀 났다. 뭘할까 하다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애니메이션을 봐야지 하다가 위 작품이 눈에 띄길래 봤다.
보고난 소감을 먼저 이야기 하라면 이 것을 재밌게 본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매우 지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지루했다. 스토리는 늘어지고 등장인물들은 감정이입이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력이 없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데자뷔가 일어난 게 아닐까 할정도로 예전 작품들을 떠올리게하는 줄거리와 내용을 가졌다.
달에서 시작된 붕괴가 지구를 삼키는 장면에서 시작한 영화는 '중립도시'라고 하는 마을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물을 구하기가 어려워 물이 화페 역활도 하고 물을 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거기에 숲이 하나의 개체로서 인간사회에 적대적인 상황이다. 여기서부터 어디선가 본 것인데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해 붕괴된 문명. 그리고 그 결과로 생겨난 인간사회를 위협하는 '부해'라는 존재.. 너무나 흡사한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조금 보다보니 영화의 주인공 아기토가 나온다. 뭐 특이한 구석이 없이 명랑하고 장난꾸러기 냄새를 풍기는 녀석인데 이녀석이 물을 구하다가 숲을 지키는 자들에게 쫓겨 이상한 데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잠들어 있는 여자애를 구한다. 그리고 한눈에 반한다. 이후 아기토는 이여자애를 지키는데 목숨마져 건다. 그런데 이여자애의 목에는 이상한 것이 감겨있다. 이 것은 통신기의 노릇도 하고 패스워드의 역활도 하고 결정적으로 지구의 운명을 좌우할 '어떤 것'의 위치를 저장하고 있으며 또한 그 것을 조정할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한다. 자 그럼 여기서 또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렇다. 하야오의 또다른 저작 '천공성 라퓨타'다. 그 작품의 주인공 파즈와 시타 그리고 블루워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거대한 그림자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내용이 비슷하다면 뭔가가 다른 것이 전작보다 나아야 할텐데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앞서 말한데로 스토리는 업다운이 없이 그냥 말랑말랑하기만 하다. 거기에 복제된 듯한 등장인물들도 매력이 전혀 없다. 그러니 지루하다. 이 영화에서 봐줄만한 것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cg들이 어울어진 영상이다. 하지만 그게 다다. 예전에 매우 기대하며 봤던 '원더플 데이'처럼 멋진 영상을 스토리가 받쳐주지 못하니 지루하기만 한 것이다.
모처럼 본 재페니매이션이 시간낭비란 생각이 들 정도로 별로여서 아쉽다. 그래도 내가 보지 못한 멋진 작품이 있을 수 도 있을 수도 있을테니 이제부터는 평을 좀 보고 봐야겠다.
Posted by 꿈꾸는 아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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